집에서 소설쓰지말고 (사람 없는 곳에서) 걸어봅시다.
나는 이제 바른자세교정치료 3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일주일에 4회 교정센터에 가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는일이 없다. 친구들도 안만난다. 아니다, 못만난다. 심심하다. 너무 심심하다. 바깥 날씨가 춥다고, 나는 따뜻한 전기장판위에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다. 하루종일 말이다. 할 일이 없으니, 나가기는 귀찮고, 또 나가기가 무섭다. 카페도 마음대로 못가는 이 시국에 이불밖은 위험헤를 시전하며, 그것을 핑계삼아 온 종일 방안에 누워있다. 그랬더니 몸무게는 늘어나고 혼자하는 망상도 점점 늘어난다. 커져간다- 불안함과 어두움이.
지금 이 시점이 내 인생에서, 무기력함의 최고 절정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하러 나가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다. 채용정보는 없고 아르바이트도 기업면접 수준이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며, 무얼하며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 뭔가를 한번 해보려고 해도, 계획을 세워도, 어수선한 이 시국앞에서는 모든 계획들이 다 어긋나버리게 되는 것이다. 몇차례 신청한 영어시험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고 내 지역의 시험장소에서는 결국 시험이 취소되었다. 암울하다. 그래서 더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지도 없어진다. 그리고 요즈음의 나는,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 재난문자를 핑계삼아 계속 더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가, 더이상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롱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걸었다. 좀 더럽지만, 양치도 세수도 하지 않고 집에서 입던 옷위에 썬글라스, 마스크, 롱패딩만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발길 닿는데로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래도 이 곳에서 몇십년을 살아보았다고 사람이 많이 없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이 향해졌다.
그런데, 자꾸 걷가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단지 안과 밖. 그 차이일 뿐인데 방안에서는 자꾸 어두운 생각, 무기력함, 끝없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밖에 나와서 걷고있다보면, 무작정 아무생각없이 걸었을 뿐인데도, 밖에서 걷고있는다는 이유만으로 자꾸만 내가 뭘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자꾸 든다. 이상하다. 단지 안과 밖 그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이상하다.
우리 동네는 강변산책로가 잘 형성되어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신호등만 하나 건너면 바로 강변산책로가 펼쳐진다. 좋은 곳이다. 나는 이 길을 무작정 아무생각없이 걸었다. 자동차 소리, 공장돌아가는 소리 등등 온갖 생활 소음 속에서는 내 이명도 잘 들리지 않았고,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자꾸만 나를 현실앞에 서게 만들었다. 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말했다. 니가 생각하는 그 모든것이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이라고- 그러니 이 모든것을 상쾌하게 받아들이라고. 자꾸만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고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하다. 단지, 안과 밖. 밖과 안의 차이일 뿐인데. 방안에서는 혼자 공상소설, 어두운 망상을 하게 만들고, 바깥에서는 뭐든 해보지 뭐- 하는 상쾌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상하다. 하지만 뭐- 어쨌든 좋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더이상 할것이 없어도, 미래가 암울해도, 집안에만 있지 않는다. 또 혼자 망상공상소설을 쓰기가 싫어서이다. 공상소설과 어두운 망상은 이제 지겹고 싫다. 그래서 무작정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걷기로 했다. 마스크와 썬글라스와 롱패딩과 운동화만 있다면 이 추운겨울에 그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많이 없는 곳을) 걷는 동안 알수 있었다. 겨울바람이 생각보다 매섭지 않다고. 겨울바람이 생각보다 상쾌하고 공기가 좋은 것 같다고. 물론 미세먼지는 있다. 그러나 기분탓인지 마스크 덕분인지 미세먼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보인다. 녹록하지않은 현실앞에서, 덤덤히, 꾸준히,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건 그 사람들과 나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사람들은 꾸준히 기회의 문을 두드려 밖으로 나왔을 뿐이고, 나는 아직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가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그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나도 끊임없이 두드리면 기회가 올 것 이고 또한 누구보다 열심히 바쁘게 다시 사회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일원이 될 수 있다. 나도 할 수 있다. 더이상 핑게대지 말자. 열심히 해보자.
단지 나는 밖으로 나와서 걸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힘이난다. 좋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나와 같은 환경에 처한 사람이이 있다면 일단 나와보시길 권한다. 차림새는 신경쓰지말고 상쾌한 발걸음으로 일단 나와서 걸어보자. 문밖에 나서기만 하더라도 일단, 성공했다. 안과 밖의 차이는 상당하다. (그러나 요즈음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서 걷자.) 걷다보면 뭐든 샘솓을 것이다. 긍정과 용기와 희망이 샘솓아 오르고 빠져나갈 수 없는 터널같은 것 또한 잘 빠져나갈 해결책이 그려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안과 밖의 차이는 상당하다. (사람이 없는곳으로) 나오자. 나와서 걷자. 집안에서 소설쓰지말고 일단 나와서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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